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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와 처음 비행기 타고 간 오사카 여행기 엄마와 처음 비행기를 탔다. 그것도 둘만, 해외로. 나는 몇 번의 해외여행 경험이 있었지만, 엄마는 단 한 번도 없었다. 공항에 도착하자 엄마는 한참을 두리번거리며 “와, 나 이런 데 처음 와봐”라고 말했다. 그 순간, 말로 다 할 수 없는 기분이 들었다. 늘 강하고 익숙해 보이던 엄마가 그렇게 낯설어 보인 건 처음이었다. 나는 여권과 탑승권을 다시 확인하며 엄마 손을 꼭 잡았다. 괜히 긴장이 됐다. ‘엄마가 긴장하면 안 되는데, 내가 더 떨리네.’비행기 안, 창가 쪽에 엄마가 앉았다. 이륙 직전, 엄마는 손잡이를 꼭 쥐고 창밖만 바라봤다. 구름을 뚫고 올라갈 때 “세상에…” 하며 조용히 감탄하는 엄마를 보며 나도 덩달아 두근거렸다. 간사이 공항에 도착하자 엄마는 작게 말했다. “나 진짜 일본 왔네.”.. 2025. 7. 21.
올여름 내가 다녀온 국내 여행기: 강릉, 여수, 속초의 여름 감정 기록 올해 여름은 유난히 더워요. 6월부터 기온이 30도를 넘기기 시작하더니, 7월엔 외출하기조차 싫어질 만큼 뜨겁더라고요. 그래서일까요. 회사에서 휴가 기간 공지가 뜨자마자 달력을 펼쳐 들고 어디론가 도망치고 싶은 마음이 들었어요. 처음엔 멀리 가고 싶었는데, 결국 선택한 건 국내 여행이었어요. 가깝고, 익숙하지만, 그만큼 편안한 강릉, 여수, 속초. 낯익은 이름들이지만, 이번 여름엔 다르게 느껴졌어요.첫 번째 목적지는 강릉이었어요. 강릉은 바다와 커피, 그리고 조용한 산책길이 함께 있는 곳이에요. 안목해변 근처에 있는 조용한 게스트하우스를 예약해 두었는데, 창밖으로 살짝 바다가 보였어요. 첫날 도착하자마자 해변으로 향했죠. 해가 지기 직전의 햇살은 물빛을 부드럽게 감싸고 있었고, 사람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 2025. 7. 21.
우산 없이 걷던 빗속 거리 비가 오는 날이면 늘 그 거리가 생각난다. 특별한 곳은 아니었다. 우산도 없이, 목적지도 없이, 그냥 발길 닿는 대로 걸었던 거리. 비는 조용히 내렸고, 사람도 적었다. 내 마음은 그 조용함에 스며들었고, 나는 오히려 그 시간의 고요함이 좋았다. 오늘은 우산 없이 걸었던, 그래서 더 기억에 남은 빗속의 거리들을 이야기해보려 한다.비 오는 날의 거리엔 시간이 느리게 흐른다누구나 한 번쯤은 비 오는 날의 거리를 혼자 걸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보통은 우산을 챙기고, 비를 피하고, 최대한 젖지 않으려고 애를 쓴다. 그런데 그날은 이상하게 우산이 없었고, 굳이 사거나 쓰고 싶지도 않았다. 빗방울이 얼굴에 닿고 옷깃을 적셔도, 그 차가움이 싫지 않았다. 오히려 내 감정을 누그러뜨리는 것 같았다. 거리는 생각보다 .. 2025. 7. 19.
여름 해질 무렵 가장 예뻤던 장소 여름의 끝자락, 해가 느리게 지는 저녁 시간. 그 짧은 시간 동안만 피어나는 풍경이 있다. 누군가는 바다를, 누군가는 산을 떠올리겠지만, 나에게는 마음속에 오래 남은 딱 한 장면이 있다. 해질 무렵, 여름의 하루가 잦아들던 그 순간의 기억. 그저 예뻤다고 하기엔 아까운 장면. 오늘은 그때의 감정을 꺼내어, 가장 아름다웠던 여름 저녁의 풍경을 담아본다.낮의 무더위가 물러가고, 바람이 조용해지는 시간여름은 늘 조금 벅찼다. 햇살은 눈부셨고, 바람은 뜨거웠으며, 사람들은 어디론가 몰려 있었다. 하지만 하루 중 단 한순간, 그 여름이 잠시 숨을 고르는 시간이 있다. 해가 지기 직전, 바람이 조금 차가워지는 그 무렵. 나는 그 시간이 좋았다. 무엇을 하지 않아도 되는, 잠시 멈춰 있어도 어색하지 않은 시간. 특히.. 2025. 7. 19.
보고 싶어서가 아니라, 잊고 싶어서 떠난 여행 가끔은 뭔가를 보러 가는 게 아니라, 마음속 무언가를 잠시 내려두고 싶어서 떠나는 여행이 있다. 누군가는 그걸 도피라 말하지만, 나에게는 회복이었다. 오늘은 보고 싶어서가 아니라, 잊고 싶어서 떠난 여행이 내게 어떤 시간을 주었는지 천천히 풀어보려 한다.떠나야만 했던 이유는 하나였다어떤 날은 이유 없이 마음이 무겁다. 하지만 그날은 분명히 이유가 있었다. 관계가 끝났고, 그 끝이 너무 조용해서 오히려 시끄러웠다. 정리되지 않은 말들이 머릿속을 돌아다녔고, 뭔가를 하려고 해도 집중이 되지 않았다. 사람 얼굴도 보고 싶지 않았고, 익숙한 거리도 지치게 만들었다. 나는 그렇게 짐을 쌌다. 목적지는 그리 멀지 않은 동해안 작은 마을이었다. 여행이라기보단 도망에 가까웠다. 하지만 누구에게 서가 아니라, 내 마음의.. 2025. 7. 19.
말없이 앉아 있고 싶던 날, 조용히 떠났던 세 곳 사람은 때때로 말보다 공간이 더 필요할 때가 있다. 누구와 함께도 아니고, 무언가를 하려고도 아닌, 그냥 가만히 있고 싶은 날. 그럴 때 나를 품어준 조용한 여행지들이 있다. 말 없이도 마음이 전해졌던 날들 , 그 시간의 충전의 되어준 세 곳을 이야기하려 한다.침묵조차 편안했던 그 순간들언젠가부터 나는 '말없이 있는 시간이 부족해졌다'는 걸 느끼게 됐다. 사람을 만나면 이유 없이 말을 해야 했고, 혼자 있는 시간엔 화면을 끼고 살았다. 그렇게 채워진 시간은 많은데, 어쩐지 마음은 늘 빈 것 같았다. 그래서 말 없이 앉아 있을 수 있는 공간을 찾기 시작했다. 의미 있는 대화를 나누는 것도 좋지만, 아무 말 없이도 괜찮은 공간이 있다는 건 왠지 마음을 숨 쉴 수 있게 해주는 느낌이었다. 그럴 땐 복잡한 .. 2025. 7.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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