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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을 위해 17살에 학업을 멈추고 공사장에 들어간 철근 소녀’의 이야기
얼마 전, 중국 산시성의 한 공사장에서 촬영된 짧은 영상이 수십만 명의 마음을 울렸다.
끓어오르는 듯한 한여름 태양 아래, 안전모를 쓴 한 소녀가 철근 사이에 몸을 웅크린 채 능숙하게 철근을 엮고 있었다. 먼지와 땀으로 얼룩진 얼굴, 이마에 눌어붙은 앞머리, 하지만 큰 눈 속에는 힘들다는 기색 대신 오직 집중과 단단함만 있었다.
그녀의 이름은 류 씨(小刘), 올해 24살. 19세 때부터 철근을 묶는 ‘철근공’으로 5년을 버텨온 강단 있는 (2000년생)’ 여성이다.
그녀가 올린 공사장 일상 영상은 우연히 폭발적 인기를 끌었고 사람들은 그녀를 향해 “전국에서 가장 강한 소녀”, “당신을 보며 나도 다시 힘낼 용기를 얻었다”고 응원했다.
하지만 사람들은 궁금했다. 어떤 삶이 이 어린 소녀를 이렇게 강하게 만들었을까? 무슨 이유로 꽃다운 나이에 가장 힘든 일을 선택했을까?
그녀의 대답은 한 문장이었다. “제가 지켜야 할 사람이 있기 때문이에요.”
01. 17살의 선택 — “어릴 때 부모님이 지켜줬으니까, 이제는 제가 지킬 차례예요”
류 씨가 지키고 싶은 사람은 바로 가족이었다.
그녀는 쓰촨성 바중의 외딴 산골에서 태어났다. 70년생 부모님, 그리고 4살 어린 동생과 함께 살았다.
어머니는 어린 시절 뇌막염 후유증으로 지적 능력이 아이 수준에서 멈췄다. 글도 읽지 못하고, 일도 할 수 없었다.
아버지는 류 씨가 태어난 해, 외지에서 사고를 당해 오른쪽 다리가 영구 장애가 되었고 집 밖에서 돈을 벌 수 없는 몸이 되었다.
남은 생계는 아버지가 장애를 이끌며 산에서 농사짓는 것뿐. 수입이 거의 없는데도 부모님의 사랑은 넘쳤다.
어머니는 말은 서툴렀지만 학교에서 돌아오는 두 딸을 위해 언제나 좋아하는 음식을 준비했고, 아버지는 받은 사탕도 먹지 않고 딸들을 위해 남겨두었다.
가난은 있었지만, 사랑은 부족하지 않았다.
그러나 고등학교 때, 가난을 이유로 류 씨는 억울한 모함과 따돌림을 당하게 되었고 결국 혼자 이불 속에서 눈물을 삼키며 “내가 돈을 벌어 이 집을 살릴 거야” 라고 다짐하게 된다.
17살, 그녀는 부모님 몰래 학교를 그만두었다. 말리는 아버지에게 웃으며 말했다.
“아빠, 이제는 제가 아빠를 지킬게요.”
02. 공사장 5년 — 50℃ 철근, 갈라진 손바닥, 그리고 꺾이지 않는 마음
전자공장에서 월급 2000위안(약 36만 원)으로 시작했지만 그 돈으로는 아버지 병원비조차 감당할 수 없었다.
그러다 들은 말. “철근 묶으면 하루 200~300위안 번다.”
“여자애가 할 일 아니다”라는 말에도 류 씨는 주저하지 않았다.
“제가 힘든 건 괜찮아요. 가족이 힘든 게 싫어요.”
그녀는 곧바로 공사장으로 들어갔다.
하지만 그곳은 상상 이상의 ‘전쟁터’였다.
- 하루 10시간 이상 구부정한 자세로 철근 묶기
- 무릎과 허리가 매일 저려 밤마다 잠을 설침
- 여름엔 50℃를 넘는 달궈진 철근 위 작업
- 겨울엔 손끝이 얼어 트는 혹한 작업
철근은 매일 손을 베었고, 손가락 지문은 마모되어 지문 인식 출근이 불가능할 정도가 되었다.
그래서 그녀는 '얼굴 인식'으로만 출근할 수 있다.
그러나 5년 후, 그녀는 기술자 수준의 실력을 갖춘 ‘프로 철근공’이 되었고 월급은 6000~8000위안(약 110만~150만 원)으로 올랐다.
이 돈은 그녀의 가족을 살린 돈이었다.
03. “당신이 있어 행복해요” — 서로를 지켜주는 가족
류 씨가 가장 행복한 순간은 월급날 부모님께 송금할 때이다.
부모님은 영상 통화에서 먼지투성이 딸의 모습을 보며 눈물이 날 정도로 마음이 아프지만 딸의 성장을 자랑스러워했다.
류 씨 역시 생각한다.
“부모님이 저를 지켜줬기 때문에, 지금 제가 부모님을 지킬 수 있어요.”
동생 역시 가까운 곳에서 일하며 부모님을 돕고, 아버지는 병든 몸으로 여전히 농사일을 하며 “딸이 너무 고생하지 않게 하려는 마음”으로 버티고 있다.
이 가족은 서로를 지키며 살아가고 있다.
류 씨의 사연이 퍼지자 많은 (2000년대생)’들이 댓글을 달았다.
철근공, 배관공, 용접공, 보안요원… 그들은 나이는 어리지만 누구보다 성실하다.
많은 사람들이 말한다.
“00후는 약한 세대가 아니라, 어려움을 정면으로 맞서는 가장 강한 세대다.”
이들의 공통점은 하나였다.
“열심히 살아야 가족이 산다.”
평범한 사람들이 하루하루를 버티며 살아가는 모습— 그것이 가장 아름다운 강인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