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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령 사회인 일본에서 “노인이 노인을 돌보는 간병(老老介護)”은 이미 사회 곳곳에 숨어 있는 거대한 위기다. 2025년 11월 17일, 도쿄 지방법원 다치카와 지부는 한 사건의 판결을 내렸다. 71세 여성 코미네 요코가 102세 어머니 코미네 후쿠코를 살해한 혐의로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은 것이다.
■ 12년간 홀로 어머니를 돌본 71세 여성의 삶
피고인 코미네 요코(71)는 직업이 없었고, 도쿄 구니타치시에 있는 오래된 목조 주택에서 어머니 후쿠코(102세)와 단둘이 지내왔다. 후쿠코는 1922년생으로, 일본 전후 세대를 살아온 평범한 가정주부였다.
2012년 무렵부터 치매가 진행되기 시작했고, 다리·허리가 약해져 일상생활에서 손을 빌려야 했다. 이때부터 요코는 사실상 전업 간병인이 되었다.
요코는 외동딸이며 이미 남편도 사망, 자녀도 없고 형제자매도 없어 돌봄을 나눌 가족이 없었다. 초기에는 슈퍼마켓에서 아르바이트를 했지만, 어머니의 상태가 악화되자 직장을 포기하고 간병에 매달렸다.
지난 12년 동안 요코의 생활권은 집, 근처 슈퍼, 동네 병원뿐이었다. 그녀는 간병 매니저(케어 매니저)와 방문 간호 서비스를 신청했지만 주당 몇 시간 수준의 제한적 지원만 받을 뿐이었다.
■ 치매 악화… 반복 질문, 환각, 20번 넘는 화장실
어머니 후쿠코의 증상은 해마다 심해졌고, 2020년 이후엔 중·후기 치매 단계에 접어들면서
- 기억력 급감
- 동일 질문 반복
- 가벼운 환각
- 고집적인 행동
등의 증상을 보였다. 요코는 조사에서 “마치 그림자와 대화하는 기분이었다”고 증언했다.
또한 후쿠코는 기저귀 착용을 완강히 거부하며 반드시 직접 화장실에 가려고 했다. 요코는 허리 디스크가 악화된 상태임에도 매일 20회 이상 어머니를 부축해 옮겨야 했다.
경제적 상황도 열악했다. 두 사람의 수입은 합쳐서 월 20만 엔(약 180만 원)에 불과해, 약값과 공과금을 내고 나면 정규 간병인을 고용할 여유는 없었다.
요코는 어머니를 사랑했고, 간병을 ‘부담’이라고 말한 적은 없었지만 “세상에 혼자 남겨진 느낌”이라며 극심한 고립감을 호소했다.
■ 사건 전날, 119 구급대의 말 한마디가 결정적이었다
2024년 여름, 후쿠코의 상태는 급변했다. 침대에서 낙상하는 일이 잦아졌고, 혼자 일으켜 세울 수 없던 요코는 119에 전화를 걸었다.
구급대는 후쿠코를 침대로 다시 옮겨주었지만 돌아가며 이렇게 말했다.
“119는 일상 간병을 위한 서비스가 아닙니다. 다음엔 부르지 마세요.”
그 말은 요코에게 치명적이었다. 요코는 법정에서 “마지막 희망까지 거절당했다. 이제 누가 도와줄 수 있을까? 아무도 없었다”고 울며 말했다.
■ “엄마도 나도 끝내자…” 절망 속 충동적 범행
7월 22일 새벽, 후쿠코는 다시 침대에서 떨어졌다. 요코는 세 번이나 들어 올리려 했지만 허리 통증 때문에 실패했다.
절망 속에서 그녀는 머릿속에 떠오른 ‘극단적 생각’을 실행해버렸다.
서랍에서 플라스틱 끈을 꺼내 어머니 목에 감았고, 후쿠코는 고령과 쇠약으로 큰 저항도 못 한 채 수 분 만에 숨을 거두었다.
요코는 범행 직후 스스로 110에 신고했다.
“지금… 엄마를 죽였습니다.”
“102세입니다. 제가 끈으로 목을 졸랐어요.”
“화장실介助가 너무 힘들었습니다. 더 이상은 못 하겠어요…”
경찰이 도착했을 때 요코는 순순히 체포되었다. 현장 정황, 자백, 증거 모두가 그녀의 진술과 일치했다.
■ 2025년 11월, 재판이 시작되다
코미네 요코는 71세, 초로의 모습에 회색 수의를 입고 법정에 섰다. 기소 내용은 단 하나, 살인죄.
검찰은 “장기간 간병의 부담은 인정하지만, 범행은 잔혹하고 살의가 확고했다”고 주장하며 징역 8년을 구형했다.
변호인은 요코가
- 허리 디스크 악화
- 우울증
- 중증 치매 환자를 혼자 돌본 12년의 누적 피로
등의 사정을 제출하며 “충동적 범행이며 동기는 오로지 극한 상태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 판결: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
2025년 11월 17일, 다치카와 지부 재판부는 다음과 같이 판결했다.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 — 보호관찰 명령 부가”
재판장은 다음과 같은 이유를 밝혔다.
- 살인 방식은 명백히 위험하고 살의가 존재함
- 그러나 12년간 전업으로 독박 간병을 해온 사실은 크게 참작
- 사건 직전 간병 부담이 급격히 증가
- 피고는 즉시 자수했고 깊이 반성
전체적으로는 “동정 가능한 사정이 매우 크다”고 판단한 것이다.
■ 일본 사회 전체가 안고 있는 구조적 문제: ‘노노 간병’
이 사건은 단지 한 가족의 비극이 아니라, 일본 사회가 직면한 구조적 위기를 보여준다.
- 2025년 일본 65세 이상 비율: 38%
- 2030년 40% 돌파 예상
- 2024년 ‘노노 간병’ 가구: 250만 가구
- 간병자의 평균 연령: 72세
- 20%가 “한계 상태”, 5%는 자살 충동 경험
또한
- 간병보험 서비스는 주당 10~20시간 수준으로 부족
- 전문 간병인 부족(50만 명 공백)
- 낮은 임금(평균 25만 엔)
- 전통적 ‘부모는 자녀가 돌본다’ 문화 압박
이 모든 요소가 한 집안의 비극을 “사회적 위험”으로 키우고 있다.
실제로 일본 후생성 통계에 따르면, 2006년 이후 간병 스트레스가 원인이 된 고령자 살해 사건은 247건이 넘는다. 즉, 8일에 한 번 꼴로 간병 살인이 벌어지는 것이다.
※ 관련 이미지
■ 일본 네티즌 여론
야후재팬 포럼에는 이런 댓글이 달렸다.
“집에 아무 도움도 없이 24시간 돌보라고 하면 누구라도 무너진다.” “사회가 이 가족을 버린 것이다.”
전문가들은 말한다. “사회적 개입 없이는 ‘노노 간병 살인’은 앞으로 더 늘어날 것이다.”
■ 결론
102세 어머니를 돌보다 범죄자로 전락한 71세 딸의 사건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초고령 사회의 시스템 문제가 낳은 비극이다.
간병은 가족 개인의 책임이 아니라 사회가 함께 해결해야 할 문제임을 일본은 다시 한번 보여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