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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은 하지 않았지만, 예물은 이미 오갔다. 그리고 그 사랑이 끝나자, 남은 건 감정이 아니라 숫자였다.
허난성 푸양(濮阳)시 화룡구 인민법원이 최근 공개한 판결에 따르면, 5년간 교제 후 약혼까지 했던 판 씨와 진 씨 커플은 결혼을 불과 넉 달 앞두고 파혼했고, 결국 2️⃣1.5만 위안(약 4천만 원)의 예물을 둘러싼 소송으로 이어졌다.
📖 5년의 연애, 4월의 파혼
두 사람은 2020년 7월 소개로 만나 사랑을 시작했다. 헤어졌다가 다시 만나며 5년을 함께했고, 2025년 8월 24일 결혼식을 올리기로 날짜까지 잡았다. 결혼식장과 청첩장, 신혼집까지 모두 준비된 상태였다.
그러던 2025년 4월, 진 씨는 약혼자 판 씨의 목에 ‘이상한 자국’을 발견했다. 그 후 판 씨가 KTV에서 여성 접대원과 어울렸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결혼은 파국으로 치달았다.
판 씨는 사과했고, 두 사람은 ‘혼전 협의서’와 ‘충성 서약서’까지 썼다. 하지만 불과 보름 뒤, 진 씨는 판 씨가 또 다른 여성과 부적절한 메시지를 주고받은 사실을 알아냈다. 메시지에는 “오늘은 내가 먼저 유혹할게” 같은 대화도 있었다고 한다.
⚖️ 법정의 판단 — “남성에게도 책임 있다”
법원은 사건의 핵심을 “예물 반환 범위와 과실 책임”으로 봤다. 판 씨는 진 씨에게 약혼 예물로 18.8만 위안과 ‘오금(金)’ 세트(반지·팔찌·목걸이 등 약 5만 위안 상당)를 보냈다. 하지만 결혼은 성사되지 않았다.
진 씨는 “결혼이 무산된 건 판 씨의 외도 탓”이라며 예물을 돌려줄 수 없다고 주장했다. 판 씨는 “잠깐의 오해일 뿐 결혼을 거부한 건 진 씨”라며 전액 반환을 요구했다.
법원은 다음과 같이 판단했다 👇
- 두 사람은 결혼 신고를 하지 않았고, 안정적 동거 관계도 형성되지 않았다.
- 그러나 남성 측의 ‘부적절한 교제’는 사실로 보이며, 결혼 파기의 주된 원인으로 작용했다.
이에 따라 법원은 “여성은 남성에게 17만 위안만 반환”하라고 판결했다. 즉, 전체 예물 중 약 80%만 돌려주는 셈이다. 나머지는 판 씨의 과실로 인정돼 반환 의무가 면제됐다.
💬 예물 반환, 단순한 돈 문제가 아니다
중국 민법전 제6조와 대법원 해석에 따르면, 결혼이 성립되지 않은 상태에서 주고받은 예물(彩礼)은 “현실적인 혼인 생활이 있었는가, 과실이 누구에게 있는가”에 따라 일부 또는 전부를 반환할 수 있다.
즉, 예물은 ‘결혼의 보증금’이 아니라 ‘결혼의 전제’에 대한 신뢰 표시로 보기 때문에, 결혼이 깨졌을 때 누가 책임이 있는지가 핵심이다.
이번 판결은 “남성의 외도 의심이 혼인 파탄의 원인이라면, 전액 반환은 부당하다”는 기준을 명확히 한 사례로 평가된다.
🔪 26년의 도피 끝에 법정에 선 또 다른 사건 — ‘전남편 살인사건’
두 번째로 주목받은 사건은 무려 26년 전 미제 살인 사건의 재판이다. 1998년, 후베이성 츠비(赤壁)시에서 한 남성이 전처에게 16차례 칼에 찔려 사망한 사건의 피의자 궁모전(龚某珍)이 2024년 체포되어 2025년 7월 공개 재판에 회부됐다.
🧩 26년의 잠적 — ‘평범한 마을 아줌마’로 살다
체포 당시 궁모전은 푸젠성의 한 시골 마을에서 결혼해 두 자녀를 키우며, 마을 회계 및 여성연합회 주임으로 일하고 있었다. 이웃들은 그녀를 “성실하고 부지런한 아주머니”로 기억했다. 하지만 경찰 조사 결과, 그녀가 바로 1998년 전남편을 살해하고 도주한 지명수배자였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 법정의 공방 — ‘정당방위냐, 계획살인이냐’
검찰은 궁모전이 전남편과의 다툼 중 의도적으로 16차례나 칼을 휘둘렀고, 그 후 현장을 떠나 잠적한 점을 들어 “계획된 살인”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변호인은 “피해자가 상습적으로 폭행과 협박을 일삼았으며, 당시 궁모전의 생명이 위협받는 상황이었다”며 “정당방위”를 주장했다.
법의학 감정 결과는 더 복잡했다. 피해자의 몸에는 ‘독쥐약(毒鼠强)’ 성분이 검출되었고, 전문가 일부는 “실제 사인은 독극물 중독”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즉, 칼에 찔린 것이 아니라 약물 중독이 주된 사망 원인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재판은 “진짜 사망 원인은 무엇인가?”라는 새로운 논점으로 이어졌다.
🕰️ 정의는 늦을 수 있지만, 사라지지 않는다
궁모전은 도피 기간 동안 새 삶을 살았고, 남편과 아이, 마을 공동체 모두 그녀를 신뢰했다. 그러나 과거의 범죄는 결국 세월을 넘어 그녀를 찾아왔다. 검찰은 “26년의 도피는 참회의 증거가 아니라 죄의 연장”이라며 중형을 구형했다.
현재 사건은 1심 재판 중이며, 법원은 “새로운 법의학 감정 결과를 종합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 마무리 — 사랑, 책임, 그리고 법
하나는 결혼을 앞둔 커플의 신뢰가 무너진 이야기, 또 하나는 사랑의 파괴가 살인으로 번진 비극. 두 사건은 서로 다르지만, 모두 ‘사람과 사람 사이의 약속이 깨질 때’ 어떤 결과가 따르는지를 보여준다.
사랑은 감정이지만, 법 앞에서는 그 감정의 무게가 ‘책임’으로 환산된다. 그리고 그 책임을 누가 더 져야 하는지는, 언제나 법정에서 가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