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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도, 아들도, 오빠도, 누구 하나 내 삶의 짐을 나눠 들지 않았는데… 처음으로 ‘내가 도와줄게’란 말을 들은 사람이, 알고 보니 사기꾼이었어요.”
중국 베이징에 사는 70세 여성 친위(秦玉)는 최근 60만 위안(약 1,1000만 원)을 '로맨스 피싱'에 속아 잃었다가 경찰의 도움으로 일부 금액을 회수했습니다. 하지만 상처는 돈보다 더 깊었습니다. 그녀는 30년 넘게 회계 일을 하며 누구보다 철저하고 단단한 사람이었지만, 단 세 마디 “언니 걱정 마요, 내가 있어요”라는 말에 마음이 무너졌습니다.
고립된 마음의 틈, ‘동생’이라는 이름의 사기꾼이 파고들었다
친위 씨는 암 투병을 혼자 이겨냈고, 손자 교육과 남편 병간호를 모두 도맡아 살아온 사람입니다. 가정 내 역할은 '기둥' 그 자체였지만, 정작 누구에게도 속마음을 털어놓지 못했던 삶. 그런 그녀에게 올해 여름, 웨이신 영상에 “언니 사진 잘 찍으시네요”라는 댓글 하나가 달렸고, 그것이 모든 비극의 시작이었습니다.
자신을 군인이라 소개한 ‘루훙’이라는 남성은 위로와 다정함으로 그녀의 외로움을 메워주기 시작했습니다. 매일 아침 “언니 잘 주무셨어요?”라는 인사를 빠뜨리지 않았고, 밤마다 “언니 걱정 마요, 제가 곁에 있어요”라는 말로 그녀의 마음을 어루만졌습니다.
“오빠도, 남편도, 아들도 하지 않던 말”
친위 씨는 처음에는 조심스러웠지만, 점차 매일 대화하고 노래까지 불러주는 ‘동생’에게 마음을 열었습니다. 하지만 그는 단순한 위로자가 아니었습니다. '투자'를 명분으로 그녀에게 돈을 요구하기 시작했습니다. 일일 수익 5%를 보장한다는 말에 혹했지만, 결정적인 건 “언니, 나를 위해서 부탁이야”라는 간청이었습니다.
결국 그녀는 두 달 동안 60만 위안을 루훙이 지목한 ‘투자 플랫폼’으로 송금했습니다. 하지만 이 돈은 다시 다른 지역의 노인들에게 전달되어, 그들도 동일한 사기의 또 다른 피해자 혹은 ‘중간책’이 되었습니다.
“가해자이자 피해자”… 노인들이 사기의 수단으로 전락하다
친위 씨가 송금한 돈은 전국 5명의 노인들에게 전달되었고, 이들은 다시 그 돈을 금으로 바꾸거나 현금으로 인출해 루훙 측에 전달했습니다. 이처럼 피해자들이 ‘전달자’ 역할까지 하면서, 본의 아니게 범죄에 가담하게 된 것입니다.
일부 노인은 실제 금품을 전달한 사실이 밝혀져 **‘사기 방조’ 혐의로 기소**되었고, 심지어 징역형까지 선고받은 사례도 나왔습니다.
가족도 못 막은 사기… “난 안 속았다고 믿고 싶었다”
친위 씨의 아들은 사기 피해를 인지한 후에도 어머니가 “나는 안 속았어”라고 말하자 더 이상 개입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경찰과 지방 반사기 전담팀이 여러 차례 문을 두드리고, 피해자와 다른 피해자들을 연결하며 추적한 결과, 사기의 전모가 밝혀졌습니다.
사기를 당한 노인 대부분은 고립되어 있고, 정서적으로 외로움을 느끼는 상태였습니다. 사기범들은 이 틈을 정확히 파고들어 감정적으로 접근한 후 금전을 요구합니다. 특히, ‘군인’이라는 신뢰 가능한 이미지를 활용하거나, '형제', '자매'라는 호칭으로 유대감을 강화하는 전략을 씁니다.
“철벽 같던 내가, 왜 이런 일에…”
친위 씨는 “나처럼 철두철미한 사람도 이렇게 무너질 수 있다는 게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그녀는 현재 약 40만 위안은 경찰 도움으로 회수했지만, 남은 돈과 무너진 자존감은 여전히 회복되지 않았습니다.
그녀는 말했다. “앞으로 절대 누군가에게 ‘언니’ 소리를 믿지 않을 겁니다.” 그리고 덧붙였다. “하지만, 내 며느리에겐 꼭 말해주고 싶어요. 가정에서 혼자 짐을 다 지지 않게 해달라고요. 집안일, 인생일, 절대 한 사람만의 몫이 아니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