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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국제 금 가격은 그야말로 ‘질주’하고 있습니다. 단 7개월 만에 온스당 3,000달러에서 4,000달러까지 상승했으며, 10월 20일에는 COMEX 금 선물이 온스당 4,398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그러나 이튿날인 10월 21일 밤, 금값은 5.07% 급락하며 상장 이래 최대 일일 하락폭을 기록했고, 8거래일 만에 10% 가까이 조정되며 10월 29일에는 4,000달러 선이 붕괴됐습니다.
시장 불안… “금값 고점?” 목소리 커져
금 시장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시장에서는 하락을 점치는 분위기도 감지됩니다. CME Delta 자료에 따르면, 3,900~4,000달러 구간에서 약 5.2만 건의 풋옵션 매도 주문이 쌓여 있습니다.
또한, 필리핀 중앙은행의 전 총재 Benjamin Diokno는 자국의 금 보유량이 전체 외환보유액의 13%에 달한다며, 이상적인 비중은 8~12% 수준이라고 언급했습니다. 이 발언은 시장에서 보유 금을 매각하려는 신호로 해석되며 하락세에 기름을 부었습니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금은 아직 고점이 아니며 단기 급등세가 마무리되었을 뿐입니다. 지금의 금은 더 이상 ‘수익 자산’이 아닌 ‘위험 회피형 보험’에 가깝습니다.
금은 에너지 질서의 거울
금의 본질적 가치는 통화 시스템, 특히 달러 중심의 에너지 질서에 깊이 연관돼 있습니다. 1974년, 미국은 사우디 등 주요 산유국과 계약을 체결하며 “모든 석유 거래는 달러로 결제”하는 원유-달러 체계를 구축했고, 이는 미국의 금융·군사력과 함께 달러 지배력을 뒷받침해왔습니다.
하지만 이 시스템은 에너지 공급이 무기화되고, 공급망에 균열이 생기면 위협받게 됩니다. 이때 금은 무위험 실물 자산으로써 대체적 안전자산이 됩니다.
역사적으로도 비슷한 상황에서 금값은 급등했습니다. 1971~1980년, 금값은 온스당 35달러에서 850달러로 24배 올랐으며, 당시 브레튼우즈 체제 붕괴와 두 차례 석유 파동이 있었습니다. 2001~2011년의 650% 상승과, 2020~2022년 팬데믹·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시기의 상승도 같은 흐름입니다.
시장 무질서, 다시 ‘황금 시대’를 부르다
과거에는 기술 혁신과 효율성 향상, 세계화로 인해 시스템이 안정적으로 유지되었지만, 지금은 이른바 ‘엔트로피 증가’ 상태에 진입했습니다. 즉, 효율은 줄고 비용은 늘며, 무질서한 구조가 확대되고 있습니다.
정부 재정 지출은 줄지 않고, 부채는 쌓이며, 돈은 더 이상 생산성을 높이는 데 쓰이지 않습니다. 특히 미국은 연간 2.2조 달러의 순국채 발행이 예상되며, 일본은 GDP 대비 250%의 부채를 지고 있습니다. 유로존, 중국도 사정은 마찬가지입니다.
이러한 구조 속에서 국방비, 인공지능, 반도체 등 전략 산업 투자가 확대되며 정부 지출은 더욱 증가하고, 시장에서는 더 높은 인플레이션 리스크 프리미엄을 요구하게 됩니다. 그 결과, 실질금리는 낮아지고 금의 기회비용이 줄어들면서, 금의 상대 매력이 높아집니다.
이제 금은 ‘수익 자산’이 아닌 ‘리스크 해지’ 수단
중앙은행의 금 보유도 이 흐름을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2022년 이후 전 세계 중앙은행의 금 매입량은 연간 1,000톤을 초과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 중입니다. 특히 지정학적 불안이 커질수록 금은 ‘국적 없는 자산’으로 각광받고 있습니다.
2024년 미국의 금리 인하 또한 금값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었습니다. 금리는 하락하고 달러는 약세를 보이며, 금은 자연스레 상승 탄력을 받았습니다.
다만, 현재의 금 가격은 이미 고점을 형성한 상태입니다. 향후 금의 상승은 급등이 아닌 완만하고 점진적인 흐름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개인 투자자라면? ‘ETF + 저점 매수’ 전략이 유리
2025년 11월 1일부터 적용되는 새로운 세제 정책도 고려 대상입니다. 앞으로 금 실물 매매 시 부가가치세 13%가 부과되는 반면, 금융상품인 ETF는 면세 대상으로 유지됩니다. 이는 거래 비용에서 ETF가 확실한 우위를 점한다는 의미입니다.
따라서 개인이 금에 투자할 경우, ETF나 적립식 투자 방식이 더 효율적일 수 있습니다. 단기 수익보다, 포트폴리오의 리스크 헤지 수단으로 접근하는 것이 현명합니다.
정리하자면…
금값은 아직 꼭대기가 아니지만, 이전처럼 급등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입니다. 지금의 금은 수익률을 노리는 수단이 아닌, ‘자산을 지키는 안전벨트’입니다.
고수익을 원한다면 주식·가상자산 등 리스크 자산이 유리하지만, 시장 불확실성이 커질 경우 금은 다시 조명을 받을 것입니다.
금은 이제 수익이 아니라, 방패입니다.
※ 본 콘텐츠는 투자 조언이 아닌 정보 제공을 위한 글입니다. 최종 판단과 투자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