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종일 앉아서 보내는 시간, 생각보다 길다. 아침에 출근하거나 등교할 때, 식사 시간, 사무실에서 일하거나 공부하는 시간, 퇴근 후 TV를 보거나 스마트폰을 보는 시간까지 합치면 하루 중 대부분을 앉은 상태로 보내고 있는 셈이다. 특히 재택근무, 원격수업 등으로 외출이 줄어든 요즘에는 움직임 자체가 줄어들면서, 장시간 착석으로 인한 신체 변화가 점점 더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주고 있다. 단순히 허리가 아프고 피로한 것 이상으로, 다양한 부작용이 서서히 누적되며 건강을 위협할 수 있다.
1. 혈액순환 저하와 하지 정맥류 위험
가장 먼저 나타나는 변화는 하체 쪽 혈액순환 저하다. 오랜 시간 같은 자세로 앉아 있으면 다리 근육의 수축과 이완이 줄어들고, 이로 인해 정맥혈이 심장으로 돌아가는 흐름이 느려진다. 특히 무릎을 90도 이상 굽힌 채 장시간 있거나 다리를 꼬는 습관이 있다면, 정맥의 흐름은 더 쉽게 막힐 수 있다.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발목과 종아리가 자주 붓거나 무거운 느낌이 들고, 심한 경우 하지 정맥류로 이어질 수 있다. 하지 정맥류는 정맥 속 압력이 높아지면서 혈관 벽이 약해지고, 피가 한 방향으로 흐르지 못해 혈관이 비정상적으로 부풀어 오르는 상태다. 단순히 외관상 문제를 넘어서 통증, 저림, 밤에 쥐 나는 증상 등으로 삶의 질을 떨어뜨릴 수 있다. 또한 장시간 앉아 있으면 골반 부위의 림프 흐름도 둔해지면서, 생식기 건강이나 하복부 순환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여성의 경우 생리통이 심해지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2. 근육 약화와 자세 불균형
장시간 앉아 있는 습관은 골반과 척추 정렬을 무너뜨리기 쉽다. 처음엔 허리를 곧게 펴고 앉았다고 생각해도, 시간이 지날수록 허리는 둥글게 말리고 목은 앞으로 빠지며, 전체적으로 몸이 구부정해지는 자세로 바뀌기 쉽다. 이런 자세는 허리와 어깨, 목 주변에 지속적인 부담을 주며, 만성적인 통증의 원인이 된다. 특히 복부 근육과 엉덩이 근육은 앉아 있을 때 거의 쓰이지 않기 때문에 점점 약화된다. 복부 코어가 약해지면 허리를 지지하는 힘이 떨어지고, 허리 통증이 생기기 쉬운 상태가 된다. 엉덩이 근육이 약해지면 골반이 앞으로 기울고, 전체 자세 균형이 무너지게 된다. 이러한 변화는 시간이 지날수록 디스크, 요통, 골반 비대칭 등 다양한 근골격계 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또한 상체의 경우, 모니터나 스마트폰을 장시간 바라보면서 고개가 앞으로 쏠리는 자세가 습관처럼 굳어진다. 이른바 ‘거북목’이라고 불리는 현상인데, 이로 인해 목 근육이 경직되고, 어깨 결림이나 두통, 눈 피로감까지 동반되기도 한다. 한 자세로 오래 앉아 있는 동안 우리 몸 곳곳의 균형은 서서히 무너지기 시작한다.
3. 장기 기능 저하와 대사 이상
앉아 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내장기관에도 부담이 생긴다. 특히 복부를 압박하는 자세가 지속되면 위장 운동이 둔해지고, 소화력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식사 후 바로 앉아 움직이지 않거나, 활동량 없이 계속 앉아 있으면 음식물이 위에 오래 남아 더부룩함, 트림, 가스 참 등의 증상이 잦아질 수 있다. 또한 에너지 소비량이 줄어들면서 대사 기능도 느려진다. 움직이지 않고 장시간 앉아 있으면 인슐린 감수성이 낮아지고, 혈당을 조절하는 능력이 떨어져 당뇨병이나 대사증후군 위험이 커질 수 있다. 실제로 장시간 착석 생활을 하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복부 지방이 잘 쌓이는 경향이 있고, 특히 내장지방이 증가해 체형과 건강 모두에 영향을 준다. 마른 체형이라도 앉아 있는 시간이 긴 경우 복부 중심으로만 살이 찌는 현상을 경험하는 경우가 많다. 이처럼 겉보기에 큰 변화가 없더라도, 내부적으로는 점점 지방이 쌓이고 대사가 느려지는 상태로 이어질 수 있다. 신체 활동량이 적을수록 근육보다 지방이 축적되기 쉬운 환경이 만들어진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4. 정신 집중력과 기분에도 영향
장시간 앉아 있으면 뇌의 활동성도 떨어지기 쉽다. 근육을 거의 사용하지 않는 상태에서는 뇌로 가는 산소와 혈류량도 점점 줄어들게 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집중력이 떨어지고, 피로감이 쉽게 쌓이며, 기분이 가라앉는 상태가 자주 반복될 수 있다. 특히 오후 시간대에 졸음이나 무기력함이 몰려오는 경우, 단순한 식곤증이 아니라 오랜 착석으로 인한 뇌 기능 저하와 관련이 있을 수 있다. 가벼운 스트레칭이나 자리에서 일어나 잠깐 걷는 것만으로도 뇌에 자극이 전달되고, 기분 전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움직임은 단순히 몸을 위한 것이 아니라 정신 건강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신체가 긴장 상태를 유지하면서 에너지를 조금씩 소비할 때, 뇌도 함께 활성화되고, 긍정적인 감정이 더 잘 유지된다. 반대로 오랜 시간 고정된 자세로 앉아 있으면 뇌는 ‘휴식 상태’에 가까워지며, 업무 효율이나 학습 집중도까지 함께 떨어지게 된다. 하루 대부분을 앉아서 보내는 현대인의 생활 속에서, 장시간 착석이 우리 몸에 미치는 영향은 생각보다 광범위하다. 혈액순환, 자세, 내장 기능, 대사 건강, 심지어 정신적인 컨디션까지 조용히 흔들고 있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무조건 오래 앉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앉는 시간 사이에 짧은 움직임과 스트레칭, 자세 조정 등의 습관을 만들어야 한다는 점이다. 몸은 작은 변화에도 반응하고, 자주 움직일수록 스스로 회복하려는 힘을 얻는다. 지금 앉아 있는 자세부터, 한 번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