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목차
‘정신질환’과 형사책임 능력의 경계선
2024년 10월, 중국 상하이에서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피해자 부부는 평범한 외지 노동자였고, 가해자는 같은 공장에서 일하던 엔지니어였습니다. 평소 거의 대화도 없던 여성 동료에게 “무시당했다”는 망상에 사로잡힌 그는, 철저한 계획 끝에 그녀의 집에 침입해 협박과 폭행을 저질렀습니다.
범행 후 체포된 그는 “그녀가 나를 무시했다”며 “무서워하는 얼굴을 사진으로 찍고 싶었다”고 진술했습니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이 범죄가 단순한 ‘충동’이 아니라, 칼, 전선, 끈 등을 미리 준비한 계획 범죄였다는 점입니다. 가해자는 범행 시 우울증이 있었다고 주장했으며, 실제로 정신감정을 받기도 했습니다.
형법은 정신질환자에게 관대한가?
사람들은 종종 ‘우울증’이나 ‘조현병’ 같은 정신질환이 있다면 형사처벌이 가볍게 내려진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형법 제10조는 심신상실자(자기 행위의 옳고 그름을 판단할 능력이 없는 경우)는 벌하지 않으며, 심신미약자(판단은 가능하나 불완전한 경우)에 대해서는 형을 감경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모든 정신질환이 곧바로 심신미약이나 심신상실로 인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가장 중요한 기준은 “범죄 당시 범행을 인지하고, 통제할 수 있었는가”입니다.
이 사건, 왜 ‘감형’이 아닌 ‘정상 처벌’인가?
이 사건에서 검찰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가해자에게 완전한 형사책임 능력이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1. 범행을 사전에 계획하고 도구를 준비했다는 점
2. 범행 대상(여성 동료)을 명확히 선택했다는 점
3. 범행 직후 도주 시도를 하지 않았고, 본인의 행위 결과를 인식하고 있었다는 점
즉, 그는 우울증이 있었지만 자신의 행동을 판단하고, 조절할 수 있었던 상태였습니다. 따라서 검찰은 “감형 사유가 없다”며 ‘고의적 상해죄’로 정식 기소했습니다.
정신질환을 범죄의 ‘면죄부’로 볼 수 있을까?
이 사건은 ‘정신질환’이라는 단어가 대중에게 얼마나 다양한 오해를 낳을 수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정신질환자는 모두 위험하다는 편견도 문제지만, 반대로 “정신질환이 있으면 처벌을 피할 수 있다”는 생각도 위험합니다.
정신질환, ‘이해’는 필요하지만 ‘면죄’는 아니다
우울증이 있다고 해서 범죄를 계획하고 실행한 사실이 사라지지는 않습니다. 이 사건은 우리 사회가 정신질환에 대한 인식을 보다 균형 있게 가져야 함을 일깨워줍니다. 정신질환은 치료와 이해의 대상이지만, 범죄의 도구나 핑계가 되어선 안 됩니다.향후 이 사건의 재판 결과에 따라, 정신질환과 형사책임에 대한 공론이 다시 한번 뜨거워질 것으로 보입니다. 우리 모두가 이 문제를 단순한 ‘감정’이 아니라, 법적·윤리적 기준 위에서 바라보는 자세가 필요합니다.